[그 사람이 알고 싶다] 인천 남구 유진수 센터장 <상>
마을넷
2016-09-01 04:13
2,369
0
0
본문
92년도 군 제대와 함께 집이 이사를 하면서 인천에서 처음 살게 되었습니다. 와서는 인천의 공장에서 4,5년 정도 공장생활을 했고, 이후 시민운동을 계속 해왔습니다. 처음부터 남구에서 있었던 것은 아니고, 2002년도에 낙선운동이 끝나고 전국적으로 지역시민단체들이 많이 만들어지던 상황이었어요. 그때 인천참여자치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을 했고, 그렇게 대변형 시민 운동을 하다가, 주민들의 변화 없이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 시민사회에서 시민이 없는데 성명서 몇 개로 의식이 바뀌지 않는다라는 생각에서 주민들과 사업을 직접 실천해나가며 변화를 만들어야겠다라는 방향으로 논의가 되었고 그래서 활동의 방향을 바꾸었죠. 그래서 2007년에 단체 이름도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이하 ’마을사람들‘)’로 바꾸고, 주민이 중심이 되어 실천하는 마을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활동을 하다가 2011년 남구청의 평생학습과에서 주민자치위원, 통장들에 대한 교육을 의뢰 받은 것이 남구와의 첫 인연이었습니다. 당시 관행적이고 일방적 강의식으로 진행되던 교육내용과 방식을 새로 부임한 팀장이 바꾸고 싶어 했었죠. 그렇게 마을만들기에 대한 주민 교육을 하다가 주안7동에서 지금의 마을계획, 마을총회와 같은 방식의 워크숍을 시범사업으로 진행했어요. 70여명의 주민이 모였고 4개 팀으로 나누어서 마을공동체 기본교육과 마을둘러보기, 마을의제 발굴, 그리고 사업계획을 세우고 발표까지 하는 과정까지 했었죠. 발표도 신기시장 사거리에서 주민 300여명이 모여서 직접 발표도 하고, 투표도 했어요. 여러 지역의 주민자치위원장, 구의원들도 좋은 평가를 하고. 자연스레 주민교육에 대한 갈증을 가졌던 평생학습과 직원들과 마을만들기에 대한 모임도 만들어지고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마을만들기 활동을 지원하고 준비하기 위해 남구의제실천협의회(현 학산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 마을지원팀장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1년 동안 준비를 했었죠. 그러면서 조례도 만들고, 구청에 마을만들기를 전담하는 조직도 만들어 지면서 행정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Q. 원래 있으셨던 ‘마을사람들’에서 섭섭해하셨을 것 같아요. (웃음)
그렇게까지는 섭섭해 하지 않았어요 (웃음) 하지만 남구청에 마을만들기 조직이 생기기 이전부터 함께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필요성이나 상황에 대한 공유가 되어있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지금도 남구에서 마을학교 라던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마을사람들’에서 실무자들이 와서 강의를 한다든지 하면서 함께 활동 하고 있어요.
Q. 인천, 그리고 인천 남구는 어떤 특색을 가지고 있나요?
‘인천’하면 인천에 대해서 무엇을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시민이 적은게 사실이에요. 인천이 항구도시인데도 항구도시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어요. 모두 서울 방향을 바라보고 있죠. ‘뜨내기 도시다’, ‘정체성이 없다’, 이런 얘기들이 있는데 사실 원주민의 비율이 25%밖에 안돼요. 그리고 경제활동 인구 중 70%가 인천 외 수도권 지역으로 출퇴근을 하고, 어느 조사에서 ‘기회가 되면 인천을 떠나겠다’는 응답자가 60%라는 결과도 있어요. 지역에 애정이 없다는 뜻이지요. 십 몇 년 째 투표율 전국 꼴찌라는 결과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거죠.
그 중에서 남구는 전형적인 구도심입니다. 인천에서 남구지역은 한 가운데 있어요. 남동구, 연수구가 남구에서 분구가 되었고, 5개구가 남구를 빙 둘러쌓고 있어요. 더 이상 외형적인 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남구도 크게 보면 한쪽에서는 아파트가 들어서고, 한쪽은 재개발사업이 정체되어 있는 지역입니다. 재개발 사업취소가 계속되고 있어요. 구도심의 주민들이 노후 된 주택 개선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거주환경은 더 열악해져 가고, 용현 1,4동 같은 경우는 19세 미만 인구는 10%가 채 되지 않습니다. 학교에 갈 아이들이 줄어드니 학교가 문을 닫고 이전하고, 폐교가 많아지니 아이들이 있는 중간 세대들은 이사를 오지 않고, 악순환이 되는 거죠.
또 도시생활주택이 늘어나다보니 젊은 층 1인 주택, 원룸 세입자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기존의 암묵적인 공동체 질서, 예컨대 쓰레기는 언제 어디에 버리고, 주차는 어떻게 하고 이런 것들이 깨지면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남구 주민들의 욕구를 조사하면 쓰레기 문제, 주거환경에 대한 문제들이 나오는 건 이런 맥락입니다.
하지만 인천은 사실 마을만들기의 역사가 굉장히 오래된 지역입니다. 70년대 빈민운동부터 시작해서 80년대, 90년대 지역운동 그리고 2000년대의 주민자치운동이 지금 인천지역 마을만들기를 가져 오게 된거죠. 그래서 10년이상 마을만들기 활동을 하는 공동체들이 많이 있죠. 인천마을센터의 이혜경 센터장도 주민자치운동으로 선두에 있었고요.
인천이라고 하는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공동사업만 없을 뿐 곳곳에서 마을공동체는 활발하게 태어나고 활동하고 있죠. 각자 자기 동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천이라고 하는 지역에서 네트워킹을 통해 연대할 것은 하면서 지역활동으로 키워나갈 필요성이 있어요. 그래서 인천마을센터가 설립되기도 한 것이지요.
Q. 학산센터는 이름부터 특별합니다. 행정동을 가리키는 ‘인천남구마을지원센터’대신 문학산, 학산서원에서 이름을 가져와 ‘학산마을협력센터’로 명명했는데요, 불편한 점은 없나요?
물론 이름 때문에 난감한 경우가 많죠. ‘학산마을’을 지명으로 착각해서 ‘학산동이 어디냐, 탐방하고 싶다’, 이런 질문이 많아요. (웃음) 서울은 도봉구마을지원센터, 은평마을지원센터 이렇게 구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짓는데, 우리는 지역적 특색이 담기지 않은 그냥 방위적 개념의 ‘남구’이니까 이걸 굳이 쓸 필요가 있냐는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 남구에 문학산, 학산서원도 있고, 또 예전부터 학산문화원, 학산소극장 같은 자원도 있기도 하고 해서 학산을 강조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학산마을협력센터 하면 잘 모르니까, 은근히 앞에다 인천남구를 붙여서 쓰기도 합니다. (웃음) 직영체계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마을만들기지원팀이 학산마을협력센터 역할을 하고요. 주민을 만날 때는 센터 명칭을 쓰고, 행정 내부적으로는 마을만들기지원팀이죠.
지금 남구차원에서 구 이름을 바꾸고 있는데요, 학산이 주민투표에서 꼴찌를 했어요. (웃음) 문학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센터 이름도 바뀔까요?) 아마 바뀌게 되겠죠? 구 지명이 바뀌면 열렬하게 홍보할텐데 딴 이름을 쓸 수가 있을 까요? (웃음)
Q. 사진을 찍으며 느꼈는데, 학산센터의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서로 굉장히 친해보여요. 센터 식구들 소개도 간단히 부탁드려요.
저 빼고 세 명이고요, 막내직원만 1년 됐고 다른 두 분은 같이 한 지가 3~4년 됐어요. 어공이 되기 전 교육이나 컨설팅을 할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어공이 된다는 게 정착하기 힘든 구조이지만 그 이전부터 같이 조례도 만들고 여러 사업을 함께해온 사이이기 때문에 정착하기 힘들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은 마을만들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에요. 주민들을 지원할 때도 최대한 주민들을 배려하려고 하고 있고, 또 절차라는 것이 까다롭지 않아야 하면서도 또 까다로워야 할 때가 있는데 조화롭게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두 사람은 다른 부서 사람들에게도 실력을 인정받는 친구들이에요. 부서간 협업을 해야 할 때, 다른 부서와 관계를 만들어야 할 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막내직원은 공무원이 되자마자 동 주민센터에 근무하다가 3개월만에 여기로 배치 된 건데, 보통 경력있는 직원을 충원하는데 저는 좀 다르게 신입을 보내달라고 했어요. 와서 마을만들기가 뭔지 알고 경험도 해보면 나중에 어떤 부서로 가든지 마을, 주민자치를 사업에 녹여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말이 나왔으니 사실 이게 걱정이에요. 공무원사회에서 제일 힘든 게 보직이동이라고 하잖아요? 사실 직원들이 1년, 1년 반마다 보직이 바뀌는데 구청장님에게 말씀드려서 눌러 앉히고 있는 거에요. (웃음) 남구는 행정에서 전문보직제를 하는데 전문보직제가 되면 3년은 인사이동을 제한해요. 마을만들기가 전문보직으로 인정을 받게되어서 최소한 3년 정도는 머무를 수 있게 됐지만, 사실 이제 3년도 다 끝나가는 시점입니다. 걱정이에요. 이 친구들도 승진해야 하니까 다른 부서 가서 경력을 쌓아야 하는 것이고. 나만 좋자고 붙잡을 수도 없는 거잖아요. 지금은 그저 마을만들기 팀에서 즐거워하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Q. 지혜연 센터장님은 남구청의 ‘지혜로운 시민실’에 대해 궁금해하셨어요. 2014년 학산센터 설치 후 지혜로운 시민실과는 어떤 관계인지, 또 지혜로운 시민, 주민의 학습을 강조하는 남구인 만큼,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름 참 재미있죠. 어디는 뭐 ‘늘푸른공원과’도 있던데. (웃음) ‘지혜로운 시민’이라는 것은 민선 6기 비전 전략에서 나온 말이에요. 시민들에게는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는 덕성이 있고, 이것을 실천하려는 시민적 지혜가 있는데, 이런 지혜와 덕성을 갖춘 시민을 남구에서 더 많이 발굴하고 키워내야 한다는 의미죠. 그런 역할을 하는 부서로서 ‘지혜로운 시민실’이 생겼고요. 그 안에 ‘도서관운영팀’, ‘도서관기획팀’, ‘주민협력팀’, ‘마을만들기팀’이 만들어졌습니다.
지혜로운 시민실의 각 팀이나 마을만들기팀의 학습에 특별한 것은 딱히 없어요. 지혜로운 시민실은 지혜를 만든다기보다는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그 필요성을 인식하게끔 하는데, 단순히 시민을 양성한다기 보다는 ‘시민을 믿는다’에 더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강의식 집합교육보다는 거리, 놀이터, 시장골목 등 다양한 현장을 학습공간으로 이용하면서 주민들과 의견을 나눕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하려고 하는 것들을 최대한 존중하고, 지원도 최대한으로 해주려고 해요. 공모사업을 진행할 때 서류 보고 여기 탈락, 이렇게 하기 보다는 컨설팅, 사전컨설팅, 이런식으로 진행해서 최대한 지원을 받아가게끔 돕습니다.
Q. 사실 ‘지혜로운 시민’은 박우섭 구청장의 인사말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마을공동체 지원에 열성적이신 구청장님과의 호흡은 어떤가요? 인천 남구의 민관 거버넌스, 어려움은 없나요?
박우석 구청장님은 민선 3,5,6기 구청장으로 햇수로는 10년째 남구에서 일을 하신 분입니다. 지속가능, 생태, 마을만들기… 이런 분야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가 굉장히 높고, 정책적 마인드도 깊어서 직원들에게도 이런 것들을 강조하기도 하고. 마을만들기에 대해서도 구청장에게도 나름의 상이 있었기 때문에 팀을 만들 때도 수월했습니다.
거버넌스에 대해서는, 우리는 ‘어떻게 부서별 지원을 해야 하나, 또 이걸 어떻게 취합할까’를 고민하는데 다른 부서들은 ‘어떻게 마을팀에 넘길까’를 고민해요. (웃음) 요새는 주민참여, 주민주도, 마을이 중요하니까 뭐 하나를 하더라도 부서별로 행정협의회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면 우리(마을팀)를 필요로 할 수 밖에 없어요. 근데 여기에서 우리에게 지원 받고, 자문 받아서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우리에게 그 사업을 떠넘길 작정을 하는 거죠. 이미 공간은 만들어놓고 이제부터 관리는 마을팀이 해라, 근데 우리는 건물관리 예산도 없고, 공간에서 할 프로그램을 만들 인력도 시간도 부족하고. 사전협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이런 식의 일방적인 떠넘기기는 곤란하죠. 처음 2년동안은 이런 사업 떠넘기기를 막는 게 일이었어요. 이제는 환경개선 이라던가 주민들하고 함게 고민하고 계획한 사업들을 우리가 직접 예산을 받아서 실질적인 사업으로 하려고 해요. 부서들이 갖는 고민이 무언지 알아보려 과정이기도 하고요.
지금 행자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공동체정원 사업은 경관녹지과와의 협력사업입니다. 정원을 일방적으로 설계해서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주민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워크샵부터 하니까 경관녹지과는 놀라는 거죠. ‘왜 사업을 그렇게 하냐, 그냥 설계 나오고 공사하면 되는 건데.’ 하지만 또 막상 주민들로부터 이런저런 의견들이 나오는 걸 보면 ‘이렇게도 나올 수가 있군요!’하고 배우기도 합니다.
Q. 거버넌스와 관련하여 지혜연 센터장님의 두 번째 질문을 전달해드릴게요. 조금 민감할 수도 있어 질문 그대로 받아 전달하겠습니다.
“저희 ‘어공’중에 제일 급수가 높으세요. 팀장으로서 밑에 행정직 공무원들과 함께 일하고 계신데, 어려움은 없는지 항상 궁금해요. 왜냐하면 저는 그런 결재권이 있는 레벨이 있지는 않은데 유진수 센터장님은 본인이 모든걸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모든걸 본인이 결정해야 하는 위치에 계시거든요. 그런 면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급수는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직급보다는 직위, 팀장으로서 결재권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요. 많은 계약직 공무원들이 팀장이 아니고, 결재권이 없기 때문에 받는 업무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전체적인 사업을 구상하고, 하고 싶은 사업을 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갖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어공’을 희망하시는 분은 구청장에게 강하게 요구를 해야 합니다. ‘팀장급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웃음)
그렇다고 팀장이라서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한다는 게 아닙니다. 직원들이랑 회의를 많이 해요, 세네 시간씩 길게 하는 편이에요. 그냥 점검 차원이라면 금방 끝나겠지만 마을만들기라는 것은 아 다르고 어 다르잖아요? 시시각각 바뀌는 주민들의 입장이 실시간으로 공유되어야 지원방안도 최적화될 수 있죠. 주민들 의 반응을 공유하면서, 또 직원들이 가진 행정에서의 노하우와 제가 가진 마을경험을 나누며 결정하는 거니까, 같이 결정하는 거죠.
앞에서도 이야기 한 것처럼 2011년부터 공무원들하고 봐왔기 때문에 오히려 행정에 정착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었어요. 결재시스템 클릭하는게 힘들었지요. 얼굴을 익힌 공무원들이 여러 부서로 이동하고, 교육 때문에 만나고 또 새로 알게 되고 하면서 아는 공무원들이 많았어요. 직영도 그렇고 민간위탁도 그렇고 공무원과 관계를 잘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쉽지는 않죠. 서로 관계가 잘 만들어지면 연착륙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 봐요.
-
100회 연결
-
80회 연결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0